얼마 전 구형 스포티지 한 대를 반품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출고했던 차량으로 당시 차주분의 자금사정으로

일부 차량정비만 진행해서 판매되었다가 1월에 공백기간을

이용하여 미비된 사항들을 마무리하려고 약 2개월 가까이

여유를 두고 맡겨 두었는데 2개월이라는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해서 약 한달이 지나서야 수리하기 시작해서 부품수급 문제로

약속한 기일이 조금 지나서야 작업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대략 자잘한 항목까지 약 50여가지 항목쯤은 수정한것 같은데

그중 간헐적인 시동 꺼짐증상의 경우 그와 연관된 증상들도

있고 해서 맨 첫 번째로 에어플로우 센서를 교환하고 여러번의

시승 테스트를 거친 터라 안심했던 사항인데,공교롭게도 차를

인수하던 당일날(토요일) 시승중에 시동이 껴져버린 겁니다.

시동꺼짐과 관련될만한 부품들은 대부분 최근에 교환한 상태라

잠깐 동안 진단으로는 파악하기는 어려울것 같은데, 차주 분은

시간약속이 있어서 급하게 가야할 난감한 상황이라 일단은

경험(정차시에 나타나는 증상이고 시동은 바로 걸림)도 있고

운행중에는 문제 없으니까 다녀와서 다시 보도록 지시해 두었는데

다시 올줄 알고 있었던 차가 하루가 지나도록 오질 않네요.

월요일 아침에 통화를 한번 하려던 차에 마침 연락이 왔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불쾌함을 전 합니다

“토요일, 원주로 내려오면서 시동 꺼지기를 대여섯번,

파워윈도우인가 휴즈가 나가서 갈아 끼기를 다섯 번....“

“전기쪽이야 주문작업했던 릴레이쪽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수도 있다고 치지만 시동이 꺼지는건 어떻게 된겁니까?."

“도대체 두달동안 뭘 한겁니까,아무것도 안했다는거 아닙니까?."

내려가면서 고생했을걸 떠올리니 그 상황에서 뭐라 말해봐야

변명 밖에 되지 않을것 같아 없었던 거래로 하자는 요구를

들어 주었습니다.

차가 도착해서 점검해 보니 어이없게도 맨 처음 교환했던

에어플로우센서의 불량으로 판정이 났습니다.

수리시에 한번도 아니고 회원들을 포함해 최소 7~8번은

시승했었는데 하필 그때에....

20여년이나 지난 차를 복원하는 과정이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죠.

이 차를 수리하면서 부품 때문에 페차장도 여러번 다녔고

한달동안 이차에 붙어서 고생했던게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인간관계까지 소원해져 버렸으니 허탈한 기분이 들었죠.

차주와 처음 인연이 되었던건 수년전 올드카를 감정해준게

계기가 되었죠.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1시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으로 달려가서 순수한 마음에서 무보수로 감정해준

이후 여러번의 거래와 인간적인 유대를 이어 왔었는데

제가 만일 인간적인 관계로 생각하지 않았었다면 돈도

되지 않으면서 직원들 혹사하는 이런 거래는 아마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을수 있다고..

그저 살아가는 과정속의 하나라고 가볍게 흘리는게 마음이

편할수도 있겠지만 그간의 관계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마무리된것 같아 진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여러대의 차를 감정하지만 그중에 매입되는

차는 절반도 안되고,재고로 남아 있는 차도 많습니다.

좋은차를 고르기 위해,신뢰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하는

시간적,경계적 희생들을 모르시는분들은 여전히 보여지는것만으로

평가하려고 듭니다.

고객분들의 입장에서는 과정을 볼수 없으니 결과로 과정을

평가할 수밖에 없어서 그럴수도 있다고 이해는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을수도 있는것이 인생이고

특히 중고차라는 변수가 많은 매개 때문에 인간적인 믿음까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소통과 배려가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