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기아자동차 정보 도서관 - 기아자동차 기업문화 홍보사이트)

이 글은 사자카에서 스펙트라 차량이 매매된 이야기를 각색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지명 및 인명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두 대의 스펙트라

1.

“..... 하나님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과 성령님의 역사하심이 이제로부터 영원토록 함께 있을찌어다. 아멘.”

성가대의 끝맺음 찬양으로 예배가 끝났다.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고있는 성우는 찬양이 진행되는 동안 본당의 밖으로 나가,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과 함께 악수를 나누었다. 할 일이 많음에도 하나님을 위해 매주 1시간에서 2시간씩, 예배를 위해 시간을 내주는 이들에 대한 성우 나름의 성의였다.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눈다.

“목사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이고, 집사님.”

성우는 먼저 악수를 청한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여의치 않은 형편에도 힘들어도 매일같이 예배에 참석하는 부부를 보며, 성우는 인간적인 고마움이 항상 앞서왔다. 매번 웃으며 예배를 드리는 그 마음을 봐서라도 성우는 더욱 따뜻하게 안부인사를 건낸다.

“집사님 잘 지내고 계시죠?”

“아... 네.”

“제가 말씀드리듯 언제든 힘든 일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구요. 항상 도와드릴테니.......”

“저, 목사님...”

“네. 말씀하세요.”

“잠깐 시간좀... 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이따 식사 끝나시고 뵙겠습니다.”

성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그 미소에 마음이 좀 편해진 듯 보였다.

.

.

사람들이 빠진 고요한 교회 식당에 성우와 두 부부가 마주보고 앉았다. 두 부부 중 아내 쪽은 김경숙 집사, 남편 쪽은 정회용 집사이다.

“정회용 집사님, 허리는 어떠세요?”

“... 아직도 좀.”

성우는 그가 허리를 다쳤던 때에 심방을 간 적이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치는 바람에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그였기에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생업을 못하게 될 정도로 다치게 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하나님을 원망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원망하기보다 ‘아직도 우리를 놓지 않으셨나봐요~’ 하고 껄껄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길 택했다. 그게 정말 대수롭지 않은 문제인가. 신앙적인 문제가 아닌 인간적인 문제로 본다면 정말 큰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

“네.”

“이제 아내가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아이구, 정말요? 힘드실텐데........”

“뭘요- 남편이 못 버니 제가 벌어야죠.”

“그래서, 저희가 차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그가 성우에게 한 말은 이렇다. 돈도 못 버는 상황에 아내가 일을 하게 되었는데 출근할 곳이 멀어 차를 사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편은 안 되니 새 차는 도저히 뽑을 수가 없고, 중고차를 뽑자니 여러 가지로 걱정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집사님, 제가 제 자가용이나 교회차를 살 때 항상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사자카라고 하는 곳인데, 거기 한 번 가보세요. 제가 소개해줬다고 하면 잘 해드릴 겁니다.”

“사자카요....”

“네. 멀지 않은 곳이니 한 번 꼭 가보세요.”

“저희가 가진 돈으로 괜찮은 차를 살 수 있을까요?”

경숙이 넌지시 말하자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겁니다. 제가 정말 신뢰하는 사장님이에요.”

“감사합니다. 목사님.”

“아니요. 언제든 의지해주세요. 집사님.”

성우는 두 부부에게 감사인사를 받았다. 자신이 받아야 할 감사인사는 아닐 텐데... 그들에게 당당히 이야기 해줄 수 있었던 것은 김경호 사장이 존재했기 때문이지 않는가. 마음 한 편으로 조금 불편해졌다. 혹여나 그들이 실망해서 돌아오게 되면 어쩌지란 걱정도 들었다.

“후우.......”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믿어볼 수밖에. 성우는 교회 사무실로 돌아갔다.

***

“안녕하세요....”

경숙은 살짝 불안감을 갖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회용과 같이 앉은 두 사람의 맞은 편으로 박소정 실장이 앉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그, 목사님 소개로 왔는데요.”

“아, 네네. 차는 정한 거 있으세요?”

“우리가 따로 정한 게 없는데........”

경숙은 그러면서 싸고 조그만 차를 사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금 여건에서 구할 수 있는 차가 그 정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박소정 실장은 마침 얼마 전에 들어온 ‘모닝’ 차량을 떠올렸다. 2011년식이지만 새롭게 풀체인지 되기 전의 모닝이었던 지라 충분히 값 싸게 살 수 있었다.

“지금 모닝 차가 한 대 있어요. 몇 일 전에 들어온 차거든요~”

“아, 그래요?”

“차 한 번 보여드릴게요.”

차는 마침 상품화 작업을 막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차를 보면서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차의 가격을 물었다.

“이 차가요, 지금.......”

“얘가 한 사백에서 사백오십.”

때마침 김경호 사장이 나타나 그들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지금 두 부부가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른 건 없나요?”

“다른 거라면 또 하나가 있는데, 걔는 얘보다 최신형이라 비싸요.”

거대한 모니터가 딸린 컴퓨터로 그 차를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두 사람의 예산으론 꿈도 못 꿀 차임을 알았던 것이다. 경숙에게 예산이라곤 200만원 남짓이었다. 이 예산도 사실상 자신의 소유가 아니었다.

예전에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의 고추농사를 두 달 정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이 200만원은 경숙의 어머니가 미안하고 고맙다며, 이번에 차를 사는 데 쓰라며 대주신 돈이었던 것이다. 단순한 예산이 아니었다. 고추를 팔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노모에게 200만원이라는 돈은 적은 돈이 아닐 테니까. 어쩌면 비상금이라도 털어서 내줬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하는 가격대가 따로 있으세요?”

김경호 사장이 물으니 경숙은 소극적으로 200만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다른 차를 보여주었다. 기아 스펙트라였다. 부식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된 스펙트라에 정비작업까지 충분히 해놓은 상태였다. 김경호 사장은 그 차가 그들에게 딱 맞을 거라 판단하고 스펙트라를 소개시켜주었다.

“오래됐지만 탈 만하게 셋팅 잘 해났으니 걱정은 마시고.”

“가격은요...?”

“250만원.”

경숙과 회용은 곧바로 그 차를 보러 나가기로 했다. 차는 분명 옛날 차였지만 깨끗한 체였고, 모닝보다도 공간이 여유로웠다. 최소한 차를 타면서 힘들진 않을 것 같았다. 경숙은 이 차가 굉장히 맘에 들었다. 하지만 경차인 모닝보다 큰 이 승용차는 유지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이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경숙은 차를 보고 온 뒤 김경호 사장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물었다.

“차 어떤 용도로 사용하실 건데요.”

“출퇴근 용인데...”

“모닝이 유지비가 덜 나오긴 하지만, 크게 차이는 안 날 거고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스펙트라가 더 나을 수도 있죠. 출퇴근용이라고 매번 출퇴근만 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사람도 태울 거고, 놀러도 갈 거고. 그러면 모닝은 연비가 확 떨어져요.”

“네......”

“출퇴근 거리는 얼마나 되세요?”

“좀 멀죠....”

“고속도로도 타세요?”

“네.”

“그럼 스펙트라가 훨씬 나아요.”

김경호 사장의 말에 경숙은 마음 속으로 스펙트라를 정했다. 무엇보다 모닝보다 가격이 훨씬 싼데다가 실내공간도 여유롭기 까지 했다. 유지비에 대한 걱정도 날아갔으니 무엇이 문제랴.

“지금 갖고 있는 돈이 200만원이라고 하셨죠?”

“네.”

“그럼 할부로 한 번 진행해보죠.”

할부를 위해 숨은 고수, 김윤정 실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녀는 10년 이상을 사자카와 함께한 사람이었다. 당연 이런 쪽으로는 도가 튼 지 오래다. 그녀는 곧바로 몇 캐피탈사에 전화를 해 할부가 가능한 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할부 진행이 난관에 부딪혔다. 모든 캐피탈사가 할부 진행 불가라고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10년이 지난 차는 잔존가치가 없어 차를 담보로 할부를 진행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할부를 위해 불가피하게 더 비싼 모닝으로 차를 바꿔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경숙은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걸 알지만 그래도 그녀는 스펙트라를 쉽사리 포기하기 어려웠다.

“아.......”

그녀의 눈은 화면 속 스펙트라에 가있었다. 예산을 조금만 더 마련할 수 없겠냐는 김경호 사장의 말에 그녀는 현재 처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남편이 당장 일을 하지 못하여 요양보호사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과, 이 예산이 어머니가 내준 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자 김경호 사장은 다소 고민하는 듯했다. 자신의 돈도 아니니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그녀의 입장을 그는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200만원을 어머니께서 주셨다고 하셨죠?”

“예....”

“후우... 나머지 돈을 빌리는 걸로 해서 진행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스펙트라가 맘에 드시잖아요. 그죠?”

“네에... 으음........”

경숙은 고민을 하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가능하다면 50만원을 더 빌려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마음 한 편이 불편해져서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흔쾌히 그 정돈 더 줄 수 있다며 50만원을 더 보내주었다. 그렇게 250만원으로 차를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금액 또한 얼마나 붙겠는가.

김경호 사장 또한 돈이 없으니 할부를 위해 200만원이나 더 주고 모닝을 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이들의 사정이 너무도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일하면서 돈을 차차 갚아나간다지만, 맘에 든 차를 냅두고 다른 걸 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사자카 직원 전체를 침묵으로 만들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보험을 들지 못한다면 차를 몰고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경숙 역시 초조해졌다. 당장 출근을 해야 할 처지인데 보험문제 때문에 차를 탈 수 없다면 출퇴근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보험료를 내기 위한 돈이 수중에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박소정 실장이 한 가지 방책을 이야기했다. 차를 내일부터 당장 써야 한다면 보험을 한달치만 들어놓고, 급여가 나왔을 때 제대로 보험을 드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당장은 손해일지 몰라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280만원으로 새로운 이동수단을 구하게 된 경숙과 회용은 기뻐하며 자동차를 몰고 도로로 나갔다.

2.

며칠 뒤였다. 김경호 사장은 새벽에도 사자카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매장에는 100여대 이상의 차가 있는데 이 중에는 중고차 시세와 맞지 않아 팔지 못하는 것들도 몇몇이 있었다. 실제 시세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믿고 탈 수 있게끔 차를 만들어 판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고객의 위험부담을 줄인 만큼 차 값은 비싸지는데 막상 자신의 마진은 줄어든다. 간혹 갖고 있는 사이 시세가 내려가버리면 그 부담은 몇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는 것 자체도 그에겐 부담이 막중하리라.

“후우.......”

담배를 한 모금 피우면서 소유차량 리스트를 쭉 훑는다. 들인만큼의 노력이 결과로 나타났으면 좋으련만. 참. 애석할 뿐이었다.

.

.

다음날 자신의 가게에 방문한 부부를 보고 그는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10여년 가까이를 알고 지냈고, 꾸준히 자신을 믿고 차를 사주던 이들이었다.

“우리 이번에 좀 싼 차를 좀 사고 싶은데-”

“아, 그래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김경호 사장은 아쉬운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요 며칠 전에 그런 차가 이미 나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수중에 이들이 원하는 조건의 차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던 그는 번뜩 차 하나가 생각났다.

“우리, 스펙트라 한 대 더 있지 않나?”

“네, 사장님. 저 쪽 매장에....”

라이언의 말에 옳거니 하고 김경호 사장은 스펙트라를 200만원에 주겠다고 선뜻 말했다.

“200에요? 그럼 언제 오면 될까요?”

“아, 내일 오셔요. 준비해 둘테니까.”

“그럼 내일 올게요.”

부부는 인사를 하고서 사자카에서 나갔고 그 또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후우우........”

자신의 결정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로 옳았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스펙트라는 그에게 조금 특별했다. 예전에 상품화 작업을 해서 판 후, 3년 전쯤에 다시 매입을 해서 상품화작업을 다시 했다. 

그 때 들인 돈이라도 생각하면 200만원에 스펙트라를 넘긴다는 것은 결코 해선 안되는 일이었다. 극심한 손해였기 때문이다. 180만원의 손해를 떠안고 차를 200만원에 준다는 것, 사람의 옳고그름의 판단 가치를 흔들기엔 충분한 금액이었다.

김경호 사장은 믹스커피를 뜨거운 물에 녹여 슬슬 저어 한 입 마셨다. 달콤씁쓸한 믹스커피 특유의 맛이 올라왔다. 씁쓸함은 이내 달콤함이라는 풍미를 자아냈다. 180만원의 손해가 단순히 손해일 뿐이라면 그는 순간의 선택을 한참 잘못한 것일 테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인연을 위한 값어치가 충분하다고 짧은 순간에 판단한 것이다. 어디 사자카의 고객이 단순히 먹고 떠나는 손님에 불과했던가, 신뢰라는 것을 ‘중고차’ 에 불어넣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도자기 장인이 도자기 하나를 빗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서 몇 시간, 며칠을 신중하게 작업하는 것처럼 그 역시 중고차에 섬세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자신의 시간을 뺏어먹든, 얼마나 자신의 힘을 빼놓든 상관 않고. 만일 고객을 단순히 ‘돈’ 으로만 봤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렇지.”

그런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제차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옳고 그름을 판단하던 생각을 커피 한 잔에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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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격으로 나간 두 스펙트라의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해봤습니다. 나름대로는 사장님의 신념과 고뇌를 표현하고 싶었고, 자동차가 그저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뿐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스펙트라는 아주 오래된 차죠. 현대의 아반떼의 경쟁상대로 만든 스펙트라는 기아의 DNA 가 들어간 최후의 차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세피아부터 시작된 준중형차 라인으로, 기아 최초의 독자모델이라고도 하죠. 엔진은 마즈다의 엔진을 독자적으로 계량했습니다.

사실 아반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고, 중고시장에서도 등한시되던 차가 스펙트라였습니다. 아반떼보다 싼 준중형을 원할 때 중고 스펙트라는 좋은 대안이었죠.

그럼 스펙트라를 사는 사람들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갖고 싶기 때문에 차를 샀던 것일까요. 솔직히 십중팔구는 ‘예’ 라고 대답할 것이고, 실제로 거기에 더할 반론은 없습니다.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한다면 스펙트라는 고민할 가치가 없는 차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가 하지 않은 한 가지 생각을 끌여들여 보겠습니다. 바로 이 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조건이죠.

첫 번째 이야기에서 경숙과 회용 부부는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었습니다. 이들이 원했던 스펙트라는 단순한 이동수단에 불과했을까요? 아마 이들에게 스펙트라는 값싸지만 값진 동반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조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경숙에겐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고 있겠지요.

두 번째 이야기에서 스펙트라는 부부의 입장에선 값싼 이동수단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경호 사장님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로 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어려 있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180만원의 손해가 날 수가 없는 찬데 무슨 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겠죠. ‘두 부부와 김경호 사장간의 10여년 간의 인연’ 이 있었기에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단순한 자동차 두 대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두 대의 스펙트라 이야기, 잘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딱딱한 소설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라이언 이병의 이모저모에서는 또 다른 자동차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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