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있는 이 서민5호기는 차령으로 만 17세가 되었다. 지금은 앞날을 보며 다시 살아갈 희망을 찾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는 내게 살고 싶지 않다는 심각한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가 어째서 살고 싶지 않았는가, 그 때의 이야기를 회상해보자. 때는 작년, 차량이 입고되었을 때의 일이다. 
“자, 서민 5호기씨. 고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민 5호 “어, 저는... 죽을 수가 없어요!” “죽을 수가 없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서민 5호 “아니, 몸이 으스러져가니 금방 죽겠거니 싶었는데, 심장이 말야....” 
서민 5호기는 한 숨을 쉬었다. 서민 5호 “너무 멀쩡해.” . . . 
어쩌면 좋냐는 그에게 디젤 좀 넣어주냐고 물었더니 거절했다. 
서민 5호 “아니에요. 사실 거짓말했어. 몸도 생채기만 났지 으스러지지도 않아... 하아.” “지금 건강하다고 자랑하는 겁니까?” 서민 5호 “그게 아니라, 아니. 17년 동안 이 지경이 됐어도 온 몸이 멀쩡한 게 말이나 되냐는 거지. 내 친구들 EF소나타랑 옵티마랑 그랜져형은 다 죽어가는데.” “자랑하는 거잖아.”
서민 5호 “내 말좀 들어봐. 아무리 격하게 움직여도 아프지가 않아. 나 뭐 잘못된 거 아니야?” “정확히 말씀해주시죠.” 서민 5호 “그... 여기에 걔 있었지, 걔. 내 손자뻘 되는 놈 말야.” “아, 상어 닮았다고 소문난 서민5호기 아저씨?” 
서민 5호 “그래. 걔 말야. 누군지 몰라도 아파 죽겠다고 해외로 수술갔다며.” “수출간거죠.” 서민 5호 “그거나 그거나. 여튼... 걔도 아파죽겠다는데 난 왜 아프지가 않냐. 나 엄청 큰 병 걸린 거 아냐?” 
“하아아... 아픈 적 없음 잘 된거지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난리에요.”
서민 5호 “아니아니. 감각이 없는 거잖아. 병이지.” 
나는 매끈매끈한 그의 발 곁에 따끔따끔한 솔을 두었다. “그럼 한 번 시험해볼까요?” 서민 5호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 솔을 들자 그가 과민반응을 보였다. “뭐요.” 사민 5호 “그걸로 긁으면 아플 거 아냐!” “축하합니다. 아픔을 느끼신다니 병이 다 나았나보네요.” . . 가만 생각해보니 감각이 돌아온 게 아니라 하도 아픈 곳이 없어서 착각했던 것 뿐이었다. 서민 5호기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한 숨만 쉴 뿐이었다. 
서민 5호 “어쨌던 말야. 나 그만 좀 일하고 싶은데 말야.” “생채기 뿐이면서 아저씨- 딱 눈 감고 10년만 더 일하자?” 서민 5호 “미쳤냐. 그 때까지 남아있다간 박물관에 끌려간다고.” “괜찮아. 이미 제 발로 박물관에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잖아.” 
“이야. 감탄이 나온다. 이렇게 깨끗하냐. 용종 하나 없네.” 서민 5호 “부끄러우니까 빨리 내려와.” “아재. 암만 봐도 죽을 나이가 아닌데.” 서민 5호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없다는 고민은 어따 버렸냐.” 서민 5호기가 화를 낸다. 왜 자꾸 죽는 방법은 말 안해주냐고 말하는 그에게 나는 한 마디 냉담하게 던졌다. 
“그럼 폐차장 갈래? 뼈 으스러져서 죽을래, 상처 좀 치료해서 멀쩡하게 일하러 갈래.” 서민 5호 “.... 일할게.” “자, 그럼 고민 해결 됐지?” 서민 5호 “잠깐잠깐잠깐!” “아, 왜! 얼른 끝내야 한단 말야.” 서민 5호 “야... 생각해보니까 나 구닥다리 4단 변속기에 6기통 엔진이야. 보기보다 밥 많이 먹거든? 요즘 사람들 밥 많이 먹는 거 안 좋아하잖아.” 나는 그에게 말했다. “걱정마쇼- 저번에 왔던 W140 아저씨처럼 길바닥에 기름 버리진 않잖아.” 서민 5호 “기름을 왜 버리냐. 혼자 먹기도 바쁜데.” “그러니까. 어차피 다 알아. 걱정 하지마. 아저씬 그냥~ 트립컴퓨터 더 안 올라갈 때까지 열일해.” 서민 5호 “....... 언제까지 일하란 거냐.” “한 40년 찍어봐. 곧 20주년이니까 반만 더 버티면 되네.” 내 말에 서민 5호기는 분통을 터뜨리며 온갖 욕을 하며 날 쫒아왔다. 나는 도망쳐왔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거북이가 날고 긴다고 토끼보다 빠를 순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서민 5호기는 여러분들과 20년을 더 함께하기 위해 열심히 치료중입니다.
느릿느릿한 거북이지만 끈질기게 살아가는 SM520V와 함께하실 분들언제든 환영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