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어느 무더운 날 갑자기 들려온 ‘거기 형씨! 잠깐만 일로 와봐!’ 라는 소리에 걸음을 멈춘 것을 후회했다. 그는 파란 바디를 가진 매력적인 차였는데, 점잖은 생김새와 다르게 그는 자뻑이 심했다. “아무리 봐도 난 겁나 잘생긴 것 같어.” 그는 고작 이 이야기를 하려고 날 불러 세운 것이다. “예. 근데요.” “근데요?! 아니, 이렇게 멋진 차를 앞에 두고 반응이 그것 뿐이여?!” “그럼 뭐 어쩌자고요....” “그러니깐...” “남자끼리 몸이나 부대끼자는 말이에요?” 그의 말을 툭 끊고 기분 나쁘게 말하자 그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됐어됐어. 위험한 녀석이네....... 난 취향은 존중한다만....” “게이 아니거든요.” 게이취급 받는 것도 마냥 기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다음 한 마디를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치고! 나 어때?” 마치 여자친구가 ‘나 오늘 어때?’ 라고 묻는 듯해서 속으로 젠장, 하고 욕을 해버렸다.
“참 머, 멋지네요. 예에........” “그래-! 이제야 내 진가를 알아보네. 짜식. 이게 말야 E39 최상위 클라쓰, M5에 쓰이는 색이야. 엠파이브라고!” “예.....” “신발도- 진짜 고생해서 찾은 거야. 엉? 괜찮지?” 
이거 언제까지 계속 될라나. “그리고 이 고급진 인테리어! 캬, 내가 봐도 아주 죽여준다. 엉? 이 정도면 솔직히 반할 만 하지 않냐?” 
왜 이 아저씬 게이 싫다면서 자꾸 나한테 반하래..... “야. 왜, 왜! 왜 똥 씹은 표정이야? 어?” “아니에요. 하하하하, 참 멋지시네요.” “아니. 뒷걸음질 치지마. 일로와봐.” 
“한 가지 빼먹었는데- 내가 트렁크에 오디오 겁나 좋은 걸로 넣어놨거든. 야, 기가 막혀. 엉? 한 번 틀면 여자들이 줄을 서. 장사진을 친다니까?” “꼭 맛집에 길게 늘어선 줄 같네요.” “야야야, 쫌만 기다려봐. 왜 자꾸 갈라그래. 반도 말 못했어. 어? 순수한 요 엔젤아이- 도 봐봐. 엔진소리 우렁차니 좋잖여? 안 그래? 야야, 그리고 센터페시아 봐봐. 내가 터치 되는 걸로.................................................................” ** “........ 오디오데크도 이렇게 뒤에. 이걸로 볼륨을 높이면 쿵쾅쿵쾅 대는 게 테크노 듣기 참 좋다니.... 얼라.” 한참 열변에 빠져있던 528은 라이언 상병이 사라진 걸 눈치 채고 한 숨을 쉬었다. “아니. 차가 말을 하는 데 중간에 그냥 가? 진짜 사람들 너무 하네!” 홀로 씩씩대는 528. 그 옆으로 530이 슬슬 다가왔다. “뭐야. 형 무슨 일 있어?” 
“야야. 말도 마. 내가 말하고 있는데 그냥 쌩까버리잖아. 야- 요즘 애들 왜 그러냐?” “..... 형이 말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니고?” “야. 내 장점을 이야기 하려면 3일 밤낮을 방 잡고 말해야 해. 이 정도만 짧지!” “요즘 세상에 누가 미쳣다고 3일 밤낮을 이야기만 듣냐....” 530은 게슴츠레 라이트를 비춘다. 
“형은 진짜 입만 다물면 된다니까?” “내 매력을 표현하려면 7일 밤낮도 모자라!” “우와... 자뻑 더럽게 심하네. 형 말대로 형처럼 매력적인 E39가 흔치는 않지만, 형처럼 촐랑대는 E39는 없을 거다.” “뭐?!” 528이 위세높게 화를 내보지만 530은 차분했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인지 콧방귀만 뀐다. 
“형 여기에 있는 지가 몇 년이야. 몇 년 동안 안 먹혔으면 이제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 안 해?” “10일 밤낮동안 이야길 해도 내 매력은.” “얼씨구. 형이 그럴 동안 난 3번을 나갔다 왔어. 그리고 이젠 4번째거든.” “..........” 
“자자, 하도 불쌍해서 내가 꿀팁 알려준다. 자, 형. 잘 생각해봐. 이미 증손주까지 봐버린 우리가 암만 좋은 점 이야기 해봤자 씨알도 안 먹혀. 엉. 딱 3가지만 기억해.” “말해봐라.” “첫째, 쓰잘때기 없는 광고 때리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 둘째, 인테리가 좋니, 오디오가 좋니 해봤자 증손주 못 이기니까 입 좀 다물어.” 
“마지막으로 형. 붙잡으려면 손님을 붙잡아. 직원 붙잡지 말고. 걔도 이제 질렸겠다.” “뭐가.” “.... 설마 여태껏 한 놈한테 그 지랄 한 거 모르는 거 아니지?” “......... 뭔 소리야.” “하아... 이러니까 안 팔리지. 형. 우리는 어차피 베이스만 좋으면 금방금방 팔리니까 이제 좀 점잖게 있어.” 530은 그 말을 남기고 경상도로 내려갔다. 한편.... 528에게 시달렸던 라이언상병은 제발 저 528좀 팔아달라고 울고 불고 매달렸다고 한다. *** ‘박찬호급 투머치토커 528iS를 만나고 싶으신 분은 지금 바로 사자카로 와주세요.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오신 김에 가져가주세요.’ - 라이언 상병 올림. ‘하도 기름도 안 먹고 말을 많이 하다보니 몸이 상해서 지금은 사자카 정비센터에 입원 중입니다. 한동안은 치료 예정이니 오시면 말 걸지 마시고 보기만 하세요.... 제발요. 말하다 또 몸상할까봐 그래요.’ - 라이언 상병 올림. PS2. 지금은 경상도에 내려가있는 e39 530i 가 찬조출연 해주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