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판매했던 차량을 반품해 준 사례가 있었습니다.

2003년식 레인지로버 보그.

판매기간이 제법 길었던 차량이라

늘 보시던 분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차량이기도 하겠네요.

반품 사유는 불안감 입니다.

발단은 구매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냉간시에 벨트 소음이 나 수리차 맡겨두셨는데

벨트교환 후 차를 찾아가는 도중에 냉각수 보조탱크가 깨지는 일이 발생했죠.
 

아시겠지만 냉각라인의 호스나 보조탱크에서 물이 갑자기 새거나
오버히트 하면 수증기가 장난 아닙니다.

처음 경험하는 분이라면 불이 난 줄 알고 많이 놀라죠.

차를 많이 아시는 분들이야

"엔진이 퍼진것도 아니고 냉각수 보조탱크야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으니 수리해서 타면 되지.그걸로 반품을 해" 라고 하실 수도

있을법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무게가 다 다른지라  경험이 없는 차주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그런 일을 겪었으니 불안감이 더 크게 와 닿았으리라 생각 합니다.

사실 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런 이유로 반품을 받아주는 경우는 없지만

좋은 차가 홀대 받을 것 같은 느낌에 반품해 주기로 했습니다.

차가 뭔 죄가 있겠습니까.
이게 다 미리 발견하지 못한 내 죄죠. 뭐

차는 다시 입고해서 수리를 마친 상태 이고요.

이 참에 한가지 더 덧붙여서 말씀 드리면

레인지로버 하면 굳이 SUV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한번쯤은 타보고 싶어하는

차량이면서도 정비리스크에 대한 악평들로 구매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일쑤인데

막상 정비를 해보면 독일차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비인프라가 부족했던 시절의
정보가 고착화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니까 저 믿고 한번 타 보시기 바랍니다. 

정비업을 하다 중고차업을 병행한지가 벌써 17년이나 되어 가는데요.

지금까지 판매했던 중고차가 1만여대나 되니 참 많이 판매도 했고,

판매량만큼이나 별의별 일들도 많았죠.

새차를 판매하는게 아니라 하자 있는 중고차를 거래하는 일이니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카센타쪽의 정비문제 해결에 판매차량의 A/S나 관리문제까지

돌이켜보면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ㅎㅎ

많은 일들 중에 이런 사례가 있을 때면 늘 떠오르는 두 분이 있습니다.

벤츠 C200ML로 인연 맺은 준식님과 벤츠W140 S320으로 인연 맺은 광수님.

먼저 준식님의 사례는 오래전 일인데요.

2013년도에 여러차례 상담을 거쳐 차종선정이 이루어졌고

시간과 비용은 얼마든지 줄테니 정비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차로

만들어 달라는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주문을 하셨었죠.

이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차를 출고 하는 날.

차를 기분 좋게 출고하고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시동을 거는데 시동은 되는데 차가 안 나간다는 겁니다.

드는 생각에는 "주유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라 ECU문제로 인해 출력제한이 걸리는 거 었습니다. 

수습이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일어난거죠.  

잘 고쳐 달라고 두달씩이나 기다렸던 차가 타자마자 퍼졌으니

화가 날 법도 한데 놀랍게도 준식님의 반응은 덤덤하다 못해 웃으시면서

"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뭐

차는 다시 고치면 되는 거고,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죠."

이 한마디로 상황은 종결 됩니다.
이런 배려심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게 아니죠.

두번째는 지난 2019년 2월로 불과 얼마전의 일이었죠.

광수님은 벤츠 S320 구매하려고 울산에서 새벽차 타고 올라 오셨는데

차 좋다고 극찬을 하시고는 1km도 채 못가서 차가 퍼졌습니다.

타이밍 체인이 끓어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죠.

미안한 미음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 그럴 수도 있죠 뭐."

" 차나 잘 고쳐서 연락 주이소"

하고는 쿨하게 내려 가십니다.

그 후 수리를 마치기로 한 날에 다시 오셨다가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수리를 다 못 마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가족분 차 사준다며
다른 차를 한대 더 구매해서 그차로 내려 가셨습니다.

중고차 구매하면서 울산에서 양주까지 세번을 오셨는데도

짜증 한번 안내시고 오히려 배려해 주시는 마음 씀씀이는
지금 생각해도 감동 입니다.

보틍은 대고객서비스로 고객감동을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거꾸로 고객분들께 제가 감동을 받을때가 많았으니..

제가 해왔던 일에 비해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사자카를 기억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