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98년식 흰색 EF 소나타 차량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맨 처음 남편이 이 차를 사주었을 때 정말 기막히게 좋았죠.  그래서 항상 세차는 손세차에 맡기고 그 사장님께 세차 잘 해 주어 고맙다고 인사하기를 좋아해서 십여년 넘게 단골입니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가 없는 지라, 소모품을 하나 둘 갈아나가기 시작하면서 오일을 너무 많이 먹고, 등속조인트, 온갖 소모품들은 다 하나씩 갈다가 결국 바퀴위에 녹까지 슬어가는 것도 느꼈지만, 정작 정말 제가 존경하는 시인 김정란샘을 모시고 먼길 가는 도중 들린 카센터에서 분수처럼 솟는 에어컨 호스와 함께 온갖 결함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대로 카센터 안 들리고 운행하였더라면, 물론 가정이지만 저도 물론이고,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한 분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그후부터 새차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즐겨 찾는 어느 동호회에서 아주 말짱한 차가 자동차 영업소에 의뢰하자 헐값이었다고 한탄하는 글을 읽고는 누군가 개인이 중고차를 팔 때 그걸 잘 잡아내면 참 좋겠다는 희망으로 중고차를 구한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 이후,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주시는 가운데 어느 분께서 이 사자카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분은 두 대나 이 곳을 통하여 구입하셨으며 만족하신다는 글과 이 곳이 드물게 신뢰가 가는 싸이트며, 또 구입후기 등을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글도 함께 말입니다.

사실 제가 제일 갖고싶었던 차는 K5 였는데, 이 차는 중고차 가격도 결코 만만하지 못하여 제가 원하는 차종은 중형차이되, 소나타보다는 연식이 젊었으면 좋겠다 였죠. 그러다보니, NF소나타를 떠올렸고, 실제로 60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죠.

하지만 저에게 소개된 차는 SM 520 이었습니다. 그게 경제수준에는 가장 그래도 만만한 수준이었지만, 솔직히 보기전에는 도리도리였습니다. 소나타나 에스엠이나 뭐 도낀 개낀이 아닌가 하면서 이렇게 갈아타려면 굳아 그럴 필요가 있나 하며 가서 다른 차들을 보여달라거나 찾아달라고 이야기 할 생각이었죠.

근데 일단 370만원 SM520 을 보자 정말 혹 했습니다. 새차처럼 반짝거리는데다, 모든 소모품이며 완전 정비되어 앞으로 삼년이상 고장없이 탈만한 차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멜레트가 강한 이야기였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윗 모델이면 좋겠다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더구나 제가 예상한 가격과 비교하면 한참 높아지는 가격에 주눅이 들다보니, 조금 서럽기도 하고, 왜 집에 있지 괜히 여기 나와서 이런 패배감에 젖어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사장님의 자상한 설명을 듣고, 새로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갑자기 이 것이 제겐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차다 하는 강한 느낌 같은 것이었습니다. 카센터 다시 안 가고 그렇게 안전하다고 소문난 차인데. 더구나 이 차를 산다면 경제적으로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도 제겐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도 저는 온갖 망설임이 있었나 봅니다. 이에프는 이제 폐차하여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주유소가 나오자 들어가 가득 주유를 하고 만 것입니다. 갑자기 전 차를 바꾼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다른 고민에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주유를 하고 오는데 남편이 전화를 해서 주유했느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하니, 낼 폐차 한다는 사람이 주유를 왜 하나? 이러는 겁니다.

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며 가족생각에 젖어 있었죠.

과학고교를 나오고 미국에 유학하는 아들 뒷바라지에 긴축재정에 늘 검소한 남편에게도 면이 서는 일이었고, 더구나 아들 애는 미국에서 공부할 시절--현재 공군근무중--아랍왕자들과 중국의 부호들이 득실된다는 강의실에서 아주 당당하게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부모를 두고는

"나는 최고의 부모를 가졌다." 하는 수필을 낭독하여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는 참 괜찮은 아이인데, 내게 무슨 부끄러움이 있고, 허영이 있으랴 싶으니 맞춤한 내차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약간의 계약금을 걸고 집으로 돌아와  사자차의 게시판을 외울 정도로 탐독하고, 삼성차들에 대하여 많은 웹 문서를 탐독하느라 거의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런데 사자차로 가기 한시간전, 동호회에 사자차로 차를 보러간다는 말을 남겼던 게 생각났습니다. 겨우 그런 차를 사는 위인이었겠군. 하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 게시판 댓글 근처도 안 갔다가,

제가 글을 올렸습니다. 눈은 높으나, 현실적에서 꿈은 상실되어 520 을 선택했다. 괜찮아~ 난 괜찮다. 스스로 최면을 거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정말 고마운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삼성차 좋다. 520 모는데, 바꾸고 싶어도 고장이 안 나서 못 바꾼다 등등. 그리고 또 여러분들께서 이 사자차의 주소를 알려달라는 주문도 하셨죠.

더구나 갑자기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집으로 온다기에 그녀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였는데, 의아해하는 친구에게 차를 보고 이야기해줘. 하며 같이 사자차에 갔고, 한참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차의 네비게이션등 모든 것을 새차로 옮겨주시고, 고맙게도 먼저 차의 기름을 어렵게 새 차로 옮겨주시는 일까지 해주셨습니다~--완전 바보 저 때문에 이런 수고를 하신 겁니다~-

그리고 먼저 차에게 고마웠노라 인사하고 새차를 타고 움직이는데, 정말 스스륵 조용하게 아주 여유있게 저를 리드하듯 미끄러져 갔습니다. 참 기분 좋게 한참을 달려 양주에서 제가 재능기부를 하는 지역아동센터에 들려 그곳 센터장 친구에게 가니, 그 친구 대번

"야 너 완전 싸모님 포스인데~"

며 응원해주고 정말 차가 졸다는 덕담으로 기분을 업 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친구들에게 새차 삿다며 당당하게 370 SM520 산 이야기를 돌리자, 정말 많은 친구들은 이 차가 얼마만큼 좋은 지와 소신있는 결단이었던 것에 대하여 칭찬도 해주었습니다.

김경호 사장님, 중년의 여인이 어린애처럼 굴어서 당황하셨을 부사장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배려로 저희집에 행복을 주신 것 같습니다.

남편은 근무지에 차를 두고 다니는 관계로 평일에는 저 혼자 차를 쓰다가 휴일에는 가족차가 되는 데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주 참 멋진 껌둥이 SM 이 자꾸 마음에 듭니다.

밤에는 가족들과 조촐한 고사도 드리고, 잠시 아파트 주변을 도는 시승식도 했습니다.

식구들 죄다 우와~ 합니다.

전 이제 괜찮아~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정말 최고야 하는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자차 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