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돼!! 하지마!!

어릴적 참으로 지긋지긋하게 많이 듣던 말이다.

부모나 어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 앞에서

“않돼!, 하지마!”를 입에 달고 살았다.

우리 부모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지긋지긋한 말을 듣던 우리가 막상 부모가 돼서

“않돼!, 하지마!” 한다.

나도 두 딸에게 참으로 지긋지긋하게

“않돼! 하지마!” 해 댔다.

아마 나의 두 딸도 자식한테 내가 했던 것처럼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않돼!, 하지마!”가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대대손손 대물림되게 생겼다.

일상적으로 칭찬보다는 꾸중이 많고,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들추구 지적한다면 하루하루가 재미있을 리가 없다.

우리가 겪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기도 하다.

긍정보다는 부정을 더 강조하는 교육이다.

이제는 좀 변해야 한다.

한국야구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다.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들어왔지만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일본식 야구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해방이후에도 일본 스타일의 야구는 지속됐다.

어떤 면에선 공고해지는 모습도 보였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프로야구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야구도 우물 밖을 보게 됐다.

다양한 스타일에 눈을 떳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야구 종주국인 미국스타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국내 프로야구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자연스레 프로야구가 더 재미있어지고 스토리도 풍부해졌다.

관중도 크게 늘어났다.

출범 30년을 넘어선 지금은 일본식, 미국식을 벗어나

한국 스타일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나날이 발전하면서

미국이나 일본과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팀마다 외국인 코치 한두명쯤은 당연직처럼 있고

외국인 감독도 등자했다.

해설을 하면서 외국인 코치들을 두루두루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

외국인 코치라해도 주로 미국인과 일본인이다.

두 나라 야구 스타일이 다른 만큼 지도 스타일도 확실히 달랐다.

일본 스타일은 흔히 관리형 야구라고 부른다.

감독과 코치가 자신들의 잣대에 선수들을 맞추려고 한다.

미국 스타일은 자율야구라고 부른다.

감독과 코치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선수들이 알아서 따라오라는 식이다.

차이가 차이를 낳는다.

일본 코치들은 선수들의 단점에 집중한다.

단점을 찾아서 어떻게든 고치려고 열과 성을 다한다.

미국 코치들은 단점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찾아서 그것을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궁금해서 물어봤다.

이 선수는 이런 단점이 있는데 고쳐야 되는거 아닙니까?

“프로아닙니까.

프로가 지금 단점에 연연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장점을 살려야 선수가 삽니다.”

단점을 고치는 일본 코치의 방법이나,

장점을 살리는 미국 코치의 방법은 둘다 틀린 것은 아니다.

둘다 필요하다. 야구뿐 아니라 살아가는데도 마찬가지다.

꼭 하나를 선택하라면 망설일 것 없이 미국 스타일이다.

일본 스타일에서는 “(그렇게 하면)않돼!”

“(그렇게)하지마!”의 냄새가 난다.

이것은 우리한테 너무 익숙해서 효과도 없고

되레 주눅만 들게 할 것이다.

이제 미국스타일이 맞다.

“네가 이런 재주를 갖고 있구나, 잘한다, 잘하는구나.”

칭찬을 해서 장점을 키워줘야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전문가 시대다. 전문가만 살아남는다.

누구나 자기만의 장점이 있고, 그것이 곧 전문가 자질이다.

그 장점을 키우는 것이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고 미래를 위한 일이다.

단점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퇴행이나 다름없다.

아직도 과거 시절 사고방식에 젖어 단점만 찾아 고치려 하는

“않돼!”, “하지마!” 하는 부모와 어른이 많다.

내가 자라던 시대는 모두가 가난햇다.

해마다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널린 것이 계란이지만 그 시절엔 무지 귀했다. 꽤나 비쌌다.

내가 하숙할 때 1년에 계란 먹는 날이 고작 세 번이나 네 번 정도였다.

다방에서는 계란 반숙 또는 완숙을 팔았다.

중국집 군만두는 생일에만 먹던 별식이었는데

요즘은 서비스로 나와서 놀란 적도 있다.

먹는 문제조차 쉽게 해결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장점 키우는 것이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남들처럼 살아야 그나마 먹을 것이 생겼다.

남들에게 뒤지는 단점을 우선적으로 고치려 했을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는 단점을 고치려다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존 스타일마저 잃어버려 슬럼프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지나치게 단점만 본 탓이다.

이제는 “않돼!”, “하지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든 일단 하게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뭐든 하다보면 아이의 장점이 발견될 테고 그것을 키우면 되는 것이다.

안 되는 것,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면 정작 잘하던 것도 못하게 된다.

가능하면 칭찬하고 가능하면 놔두는 것이 좋다.

놔두면 알아서 좋아하는 길로 간다.

장점이 살면 그토록 눈엣가시 같던 담점은 자연스게 묻히게 돼 있다.

전문가 시대, 하나만 잘해도 성공한다.

장점을 살리자.

                                     <하일성의 야구몰라요, 인생몰라요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