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차 맵시나....

자가용이란 단어가 요즘과 달랐던 1988년..

나는 용감하게 230만원을 주고 자가용(중고차)을 구입했습니다.

그 당시 잠실부근의 신혼방이 500만원이면 세들어

살 정도였으니 돈의 가치가 지금과 어떤 차이고

어떤 의미가 되었을 지는 상상해 보시길....

대우자동차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구입한 대우 맵시나는 그당시 포니와 함께

소형차로는 그리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차였으나

주행중 시동이 자주꺼져 무던히 속을 썪였습니다.

카브레터 방식이라 수리도 많이 했지만 원인을 못찾아,

나중에는 연료통에 이물질이 떠다니다 연료공급을 방해해

시동이 꺼질수 있다는 정비센터 말을 듣고

연료통을 뜯어 거꾸로 기름을 다 빼보기도 하였는데

결론적으로 그 차를 팔때까지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차를 가지고 세 살배기 딸을 태우고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그 때만해도 휘발류값이 쌌고, 교통체증이라는 것을 몰라

서울 남부순환도로를 출 퇴근시간에도

여유있게 다닐 수 있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러다 그 차를 바꿀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휴가를 맞아 강원도 홍천 처가를 갔는데

산골이라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다보니

서울서 사위가 온다고 산 아래로 마중을 내려오시는

장인, 장모님을 만나 차를 세웠고...

그리고 차는 가파른 언덕에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하니 걸리지 않았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급경사라 차는 뒤로 밀리고

(물론 이때는 오토가 적을때라 당연히 수동변속기 차였음)...

서울서 자가용 몰고 온다고 기대하고 마중나왔던

철없던 작은처남은 자가용에 대한 신비감보다는

똥차가지고 왔다는 뒷말이 내 귀까지 들리게 되었습니다.

산길에 차를 주차해놓고 걸어서 처갓집에 들어갔는데

온통 신경은 차에 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차를 판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차가 퍼졌다고...

그렇다고 서울서 긴급서비스를 내려보내줄 거리도

상황도 아니였는데....

이 사건으로해서 나는 다시는 중고차를 사지않겠다고

맹세를 했습니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중요할때 시동이 꺼지는 차를 가지고도

전국 일주를 할 정도로 주행거리는 많았습니다.

1년간 3만키로를 탔으니 말입니다.

세 살배기 딸 들을 태우고 하루 몇 백키 운전도 힘든지 모르고

트렁크에 텐트와 코펠을 싣고 좋은곳 만나면 세워

밥 해먹고, 텐트를 펼치고 하루밤을 묶는

그런 여유를 가졌던게 내 첫차의 추억입니다.

3년된 이 중고차는  1년간 이렇게 내곁에 있다가

새차 르망에게 자리를 내주고 내 곁에서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사진을 보다보니 그래도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 중 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보며 따스한 마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그 딸이 벌써 서른이 되었네요...

2015.04.09

코이스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