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눈팅만 하다가 마침 시간이 남길래 옛날 얘기 몇자 적어볼까 로그인 했습니다.

별로 재미는 없겠지만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읽을 거리를 만들어 드릴까해서 결심을 하긴 했는데... 괜히 남들의 아까운 시간만 뺏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ㅎ

바쁘시거나 아님 성격이 왕예민하셔서 쫌이라도 맘에 안들면 욕이라도 한마디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은 여기서 스탑 엔 패스~~!! ㅎㅎ

주제는 사이트의 특성에 맞는 자동차 이야기,

제가 지금 타고 다니는 2001년식 아반떼xd 딜럭스가 태어나 자라고 늙어가는 이야기입니다.!!

2001년식이지만 2000년 12월에 받았으니 햇수로 벌써 16년이 됐네요.

신차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15년을 저와 늘 함께한 가족과 같은 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이란게 참 묘합니다.

앞을 보면 한없이 막막한데 뒤돌아보면 아침녘에 꾼 자투리 꿈마냥 허무하기 그지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잠시 옛생각을 하니 시간의 흐름이 약간 무섭기도 하네요...ㅎㅎ

각설하고

자동차가 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차를 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몇번 경험해보지 못하는 설레는 경험일 것입니다.

차를 사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만드는 어떤 상황도 또한 인생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거고.....

저에게도 지난 2000년이 그랬습니다.

시골 촌놈이 30이 되어 겨우 직장을 구하고 뚜벅이로 하루하루 비칠거리며 서울생활을 하고 있던 중 어찌어찌 서울깍쟁이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깡촌에서 상경해 서울처녀를 만났으니 얼마나 맘이 들떴겠습니까만은 제맘과 달리 뚜벅이의 데이트는 늘 지하철역 주변만 맴돌고 진도와 역사는 조금도 발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해서 뭔가 대책이 필요하겠다 싶을 때 장가갈려면 여자가 아니라 차가 있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강력한 조언으로 결국 차를 사기로 결심을 합니다.

통장 잔고는 항상 마이너스......

월급은 쥐꼬리라고 말하면 쥐한테 한대 맞을 수준.....

그래도 오로지 장가함 가야겠다는 일념하나로 용감하게 영업점 문을 열고 들어가 외쳤습니다.

"요번달 실적 젤 안 좋은 분 함 봅시다"

제가 늘 실적에 쪼들리는 상태에 있던지라 실적에 시달리는 누군가에게 재수좋은날이 하루쯤 있게 만들고 싶어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객기를 부린것 같기도 합니다..ㅎ

암튼!!

기억은 안나지만 누군가 나오고 10여분 설명을 들은 후 곧 계악하기로 합니다.

'차종은 뭘로 하실지...."

"뽀대나는 최신형 아반떼 xd중에서도 상위급인 딜럭스"

"색깔은 무슨색으로...."

"남들 다하는 색은 별로고..... 금색이 좋겠네요"

"그 색은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색도 아니고 난중에 중고로 파실때 손해가 있을 수 있는데....."

"갠찬습니다. 중고로 안팔겁니다"

결제는 어떻게...... "

"전액 할부"!!!!

 11월말에 소개팅을 하고 차는 12월말에 뽑고 1월 명절에 처갓집 인사하고 그해 4월 결혼식을 올렸으니 그때 아마 저한테 머가 씌었었나 봅니다.

지금도 저의 집사람은 그때 뭐가 뭔지 몰르고 걍 어.어..어...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됬다고..... 쫌만 신중히 생각을 했으면 이 고생 안하고 살텐데 하면서 땅을 치고 있는데 뭐 이제와서 어찌하겠습니까?

그리고........지만 땅을 칩니까???....ㅋㅋ

여튼 새신랑과 새신부는 새차를 타고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여기서도 **  저기서도 **....ㅋㅋ

그러고 나니 당근 아이도 생기고....

2003년 가을 어느날....딸아이가 태어나고...

병원을 나와 첫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잡았던 운전대의 감촉이 아직도 손끝에 아릿합니다.

행여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된다는 긴장과 내차에서 숨쉬는 작은 아이의 숨결이 주는 감동.......

그렇게 그렇게 천천히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 오빠는 아저씨가 되고 어여쁜 처녀는 아줌마가 됐습니다.

차도 긇히고 찍히면서 함께 나이를 먹어가더군여....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2008년 둘째남자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유난히 차를 좋아하고 사랑하니 무관심에 방치되던 차는 제 아이의 사랑을 먹으면서 회춘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은 누구??"

"아빠~~~"

세상에서 젤로 멋진 차는 누구차??

"아빠 차!!!~~"

 라고 늘 외치는 녀석은 아빠차를 타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놀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놈이 5살이 되자 차츰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6살 되던 추석때 시골서 올라온 삼촌의 비까번쩍 새로뽑은 쏘나타를 타본 이후 눈에 띄게 불만을 표시합니다.

회춘하는  듯 잘만 달려주던 차도 여기도 결리고 저기도 쑤셔서 제법 약값도 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던 2014년 어느날 7살 아들 녀석이 마침내 선언을 합니다.

"아빠 차는 똥차야!!!!"

한번은 아들 녀석의 유치원 동기 녀석을 차에 태웠는데 차에 탄 아들 친구녀석이 대뜸 한다는 말이,

"울 아빠 차는 000다~~~~"......

       ..... ....

지금도 가끔 제 아들이 물어봅니다.

"아빠!! 우리차는 몇살이야???

"응,, 16살...."

"그럼 사람으로 치면 몇살쯤 돼??"

"...... 글쎄.... 한 70살쯤???"

... 아들은 그동안 차살 형편이 안된다는 제 넋두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대놓고 차사자는 소리는 못하고 눈빛으로만 간절히 새차에 대한 소원을 말합니다.

애 눈빛을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더군요.

어릴 적 동네에 TV있는 집이 손에 꼽힐때 부잣집에 TV보러 갔다가 쫓겨나 울고 온 일이 있습니다.

그것을 본 울 아버지는 그 주 주말 거짓말 조금 보태 우리집만큼이나 비싼 네발달린 TV를 택시 트렁크에 싣고 동네에 들어와 사람들 다 불러놓고 앞으로 TV보고싶은 사람들 다 우리집으로 와라고 외치며 아들의 기를 만장이나 세워주셨는데......

아마 저는 아버지만큼은 못되는가 봅니다....

제차는 3년전에는 라디에이터가 나가고, 재작년엔 미션이 나가고 작년엔 쇼바와 머플러가 나가고 올핸 드뎌 종합검사에서 배기가스 불량으로 불합격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엊그제 약간 부풀어 오른 부위가 있어 툭툭 쳤더니 부식된 철판이  우수수 떨어져 나와 앙상한 하체를 내보이고 있으며 가끔 비오는날 시동을 걸면 울컥거리며 늙은 숨을 토하기도 합니다.

직장에 오면 직장 동료들이, 집에가면 가족들이, 모임에 가면 모임의 동료들이 "도대체 이게 뭡니까??"라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고 제 상사중의 한 사람은 일부러 자기차 키를 쥐어주면서 최팀장!! 이차 한번 타봐 끝내줘~~.

유일하게 제 어머님만 아직 멀쩡하기만 한데 무슨 새차냐고, 앞으로 10년도 까딱없으니 쓸데없이 돈쓸 생각말라고 하십니다....ㅎ

이렇게 낡고 헤진 제차는 그래도 몇달 전 여기저기 거금 70만원이나 들여 수리를 해서인지 시동을 걸면 잘걸리고 엑셀을 밟으면 잘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잘 섭니다.

15년, 햇수로 16년.....

긴 세월을 저는 이차를 타고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낳고 회사도 다니면서 행복과 불행을 함께했습니다.

그때쯤 차를 샀던 동료들 중 아직까지 타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고요...

차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처음 영업사원과 했던 대화처럼 중고로 팔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수명이 다해가는 차를 보면서 맘 한편이 짠해져 와이프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와이프가 "니 마누라 고생하면서 늙어가는 거나 짠하게 생각해라..."라는 말만 들었습니다....ㅎ

이제 서서히 때가 다가옴을 느낍니다.....차도 사람처럼 태어나 사랑받고 자라면서 무심해지고 늙어서 처량해지고 급기야는 갈때가 되가네요.

차는 차일 뿐이니 별다르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그래도 차를 볼 때마다 괜히 안쓰러운 맘이 듭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사이트에 자주 들어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새차가 나을까? 중고가 나을까?라는 고민도하고.....

사장님 말씀대로 '인생 뭐 있어??? 걍 새차 사지 뭐'라고 생각하고 자동차 회사 구매프로그램 들어가 할부 견적도 내보고......

그래도 아직까지 결심을 못했네요...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겠지만 한편으론 새차를 사면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도 큰 것 같습니다.

저 뿐 아니고 한 차를 오래 탄 많은 분들도 그런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또다른 차를 만난다면 가능한 한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네요.

행복보다는 불행하기가 쉬운 우리네 인생에 차는 참 각별한 역할과 의미를 줍니다.

15년 동안 저를 말없이 받아주고 안아줬던 제 아반떼....

다음에 만나는 차도 이차 만큼만 저에게 품을 내주기를 바래봅니다.

새로운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사자카 가족 여러분의 많은 도움 부탁 드립니다.

시간이 남는다고 생각없이 시작한 글이 두서도 없고 재미도 없이 길기만 길어졌네요....

앞으로 혹시 글을 올리게 되면 긴 글로 지루하게 해드리지 않고 짧은 글로 지루하게 할게요...ㅎㅎ^^

끝까지 읽은 분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복 받을겨~~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