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장님이랑 직원분들 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1월쯤엔가 여기서 2005년식 뉴스포티지 WGT 229,000km 주행한 걸 구입했어요.

주변 평가가 좋고, 사장님 포함 직원분들 모두 좋은 분들 같아서 믿고 구입했어요.

지금까지 10,000km 정도 주행했네요.

그동안의 소감은, 사장님 말씀이 다 맞다는 거죠. 사람들이 사자카 하면 약간 종교처럼, 중고지만 신차 수준의 뭔가를 기대하고 차를 구입한다는 것. 하지만 아무리 정비했다고 해도 출고하자마자 퍼질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중고차다...

물론 제 차가 퍼졌다는 건 아닙니다 -_-;;

지금까지 제가 자가정비한 걸 정리해볼까요.

여기서부턴 쓴소리가 좀 들어가서 기분 나쁘실 수도 있어요...

1. 엔진오일 교체

엔진오일 오일량 게이지도 볼 줄 몰랐는데요. 인터넷 보면서 차근차근 공부해서 체크해봤죠. 그런데 몇 번을 해봐도 F선보다 한참 위에 있더라구요. 엔진오일 부족보다도 안 좋은 게 엔진오일 과다라고 하던데. 실리콘호스랑 주사기로 열심히 빼고, 확인하길 십수 번. 나중에 F선보다 아래로 내려왔을 때쯤 보니까 1L짜리 플라스틱 병 하나가 엔진오일로 가득차 있더군요...-_-;

출고하기 전에 엔진오일 교체 한 번 했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그것도 믿음이 좀 사라지더라구요...내 눈으로 못 본 건 진짜 못 믿겠다 ㅠㅠ 그래서 오일 과다 확인하고 며칠 뒤에 바로 엔진오일 교체했어요. 지금까지 두 번 했네요.

2. 미션오일 교체

출고 시 A4 용지에 리프레싱 작업내역, 최근 정비내역, 차후 소모품 참고사항 등 정리해서 주시던데요. 미션오일이 거기 적혀 있는 4만km 여유가 아니더라구요...차 출고 후 얼마 뒤에 바로 정기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걱정했던 매연은 이상이 없었구요. 얼라이먼트 새로 잡는 걸 강력추천하시고, 미션오일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엔진오일도 했는데 미션오일 뭐 어렵겠어 하면서 바로 교체했죠.

첫 드레인 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시커먼 진흙물 같은 게 나오는 게 아주 보람 넘쳤어요. 이렇게 드레인-보충하는 식으로 한 2-3,000km마다 3번 하니까 차가 이제 좀 밟는대로 잘 나가네요. 처음엔 허공에다 주먹질 하는 느낌이었어요. 당시엔 말 그대로 인생 첫 차라서 뭐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요...

3. 연료필터 교체

소모품 참고사항이나 정비이력에 어떤 언급도 없었는데요. 아, 수분센서 교환은 하나 있었네요. 어쨌든 본넷 열고 쳐다보면 새 거처럼 광이 나서 당분간은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 정비에 어떤 재능이 있는 걸까요? 악셀을 밟는데 내가 생각했을 땐 이만큼 밟았으니 연료가 이만큼 이동해서 차가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디 연료관 같은 게 막혀 있나...? 싶은 느낌을 받았어요.

에라 모르겠다 모비스 부품대리점에서 연료필터만 9,800원에 사서 교체해봤는데요. 제조년도 2013이라고 적혀 있는 연료필터가 기존에 달려 있더라구요. 물론 13년도에 생산 후 더럽게 안 팔려서 한 15년이나 16년에 끼웠을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지금은 2017년인데 ㅠㅠ 하면서 어찌 잘 조립하고 앗세이 다시 끼워서 에어빼기 하고 주행하는데, 와...진짜 밟는대로 나가대요.

4. 알터네이터 풀리 교체

처음에 제가 알터네이터를 딱 보고, 깔끔한 게 출고 때부터 붙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한 번 교체한 건가 봐요 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답변을 들었던 것 같아요. 저거 고장나면 엄청 비싼 건데 ㅎ 나 차 진짜 잘 산 것 같아! 하면서 기분좋았죠.

기어를 D에 놓고 브레이크 밟은 상태로 신호 대기하고 있으면 조수석 앞쪽에서 진동이 엄청났어요. 노후 디젤차량이 뭐 다 그렇지 ㅠㅠ 하면서 포기 상태였는데, 어느날 알터 풀리 OR 벨트 텐셔너 문제 있을 시 그런 진동이 생긴다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텐셔너 돌려서 벨트 유림해보니까 텐셔너 및 옆의 아이들러는 상태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20만에 타이밍벨트 세트 교체하셨다는데 이건 확실히 믿을 만하다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알터 풀리가 고착되어서 원웨치클러치(X) 투웨이클러치(O)더라구요. 한 6시간 동안 피똥 싸는 기분으로 겨우 풀리 교체까지 하니까 거짓말처럼 거의 모든 진동과 소음이 사라지더라구요...전 임팩조차 없이 수공구로만 다 처리했는데, 하시는 김에 리프레싱 작업에 이런 부분도 신경 써주시면, 안되겠죠...? 땅 파서 장사하시는 건 아니니까 ㅠㅠ 전 처음에 그게 원래 그 색깔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알터 풀리 전체가 거의 녹슬어 있었어요.

5. 부동액, 서머스탯 교체

부동액 상태는, 그냥 그저 그랬어요. 예방정비한 기분이었죠. 그런데 부동액 보조통이 어찌나 더러운지 위에서 내려다보면 커피색처럼 보였어요 ㅠㅠ 막상 부동액을 다 빼서 보니까 약간 점성 있고 찐-한 초록색 액체들? 절대 커피 수준은 아니었죠...하는 김에 보조통이랑 보조통에서 나가는 호스, 라디에이터 상, 하부 호스까지 싹 갈아버렸는데요. 그리고 증류수 18L 말통으로 사서 플러싱 3-4번 해주었어요.

무릎까지 오는 물 속을 걷다가 발목까지 오는 물 속을 걷는 것처럼 차가 더 잘 나가더라구요. 워터펌프가 쫀득한 부동액을 순환시키느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황당했던 건, 출고 전에 서머스탯을 신품으로 교체해주셨다고 했는데요. 탈거해보니까 좀 이상해 보이는 녀석이...-_- 이등병 받아라! 해서 받았는데 말년병장이더라구요. 사장님이 교체했다고 하신 건 아니고, 직원분이 교체했다고 하셨으니까...사장님은 거짓말쟁이가 아냐! 직원분이 잘못한 거지! 하고 현재까지도 믿고 있어요.

6. 워셔액통 교체

출고하기 전에 본넷을 내려다보니 워셔액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웃으면서 하시는 김에 이것도 좀 채워주세요! 했죠. 그런데 이게 비극의 시작일 줄은...

워셔액을 콸콸 넣으니, 범퍼 쪽에서 콸콸...사무실로 들어가 있으라고 하니 들어가 있고, 한 시간쯤 있으니 워셔액통을 교체해주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출고 받았어요. 제가 멍청했죠 ㅠㅠ 나중에 또 확인해보니 비어 있어서 내가 워셔액을 좀 많이 썼나 보다 하고 워셔액 2L를 콸콸 넣었어요. 2L 가량이 그대로 또 새어 나오더라구요. 주차장에서 그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데 아주 쪽팔렸어요...

사장님께 여쭤보니 워셔액통이 아니라 모터를 교체한 거였다...고 하셔서 하하...그렇구나 내가 엄청난 멍청이였구나! 하고 넘어갔어요. 나중에 교체할 때 보니까 워셔액통을 비롯해서 아래쪽 모터까지...그 어디에도 신품(?)은 없었어요.

이 외에도 시간날 때마다 정비 진짜 많이 했는데요. 마이너스 접지, 후방카메라, 블랙박스, 네비게이션 설치, 핸들 쪽 완충제 교체, 에어플로우센서 청소, 파워스티어링오일 교체 등...? 얼라이먼트는 업체 가서 맡겼네요...

리프레싱의 절반은 사자카에서 하고, 나머지는 제가 마무리한 기분이에요.

자동차는 진짜 만족하면서 타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정비한 부분 제외하고 엔진오일만 교체하고 지금껏 타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좀 무서워요.  불과 며칠 전에 팬벨트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이것도 그냥 교체해 버렸는데요. 꺼내서 확인해보니 벨트 늘어짐, 내부 미세하게 갈라짐 등 상태가 좀...외부벨트 4만KM 여유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4만KM 더 탔다면 과연 어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좀 무섭더라구요...설마 끊어지기야 하겠느냐만은...알터 풀리로 인해 데미지가 누적되었겠지 하고 믿어요.

이건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닌 신박한 글이 된 것 같은데요...그래도 칭찬이라고 전 생각해요. 오토래쉬, 엔진보링, 재생미션 교체, 인젝터 교체 같은 큰 건수는 없었으니까요. 간단한 정비로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기본 베이스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게 중고차인 것 같아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요!

이미지는 별거 아니고 그냥 풀리 교체할 때 찍었던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