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에 사자카에서 구입한 차를 정비하는데 넉달을 소모했는데,

이제 세팅이 거의 끝나 신차로 회춘을 목전에 두고 있는 터라,

지난 5년간 사자카를 방문하면서, 또 그 전에 오랜 기간 국산차를 정비하면서 느꼈던,

자동차, 그리고 중고차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사자카를 처음 방문한 것이 2014년 6월 5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타던 차는 현대 액센트 유로와 현대 산타페였는데, 

여러가지 차량 결함과 특히 부식때문에, 시험삼아 외제차를 이용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첫방문을 했고, 방문한 첫날 바로 차량을 계약했고, 이후 현재 운행하는 차까지,

9건의 계약과 매매를 체결했습니다.

1. MB W202 C240 1998년

2. SAAB 9-3 Linear Convertible 2001년

3. AUDI B6 A4 Carbiolet 2.4 2006년

4. 기아 NB-7 Sportage AMEX 2001년

5. Ford 4세대 Explorer 4.0 2006년

6. 현대 그렌져 XG 3.0 2002년

7. 레인지로버 스포츠 4.4 2007년

8. MB W203 C320 2001년

9. MB w163 ML270 2005년

짧은 기간에 이렇게 차를 여러번 바꾼 것은, 물건을 쉽게 바꾸는 성격이거나, 사자카에서 구입했던 차량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보다 "정말 내게 맞는 차가 무엇을까?"라는 문제가 있었고, 

2016년 2월부터 대형견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함께 타고다니기에 적합한 차량을 골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장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 다른 제조업체, 서로 다른 유형의 자동차를 보유하면서, 수많은 정비와 부품을 경험하고, 중고차 시장과 관련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쌓은 경험을 정리하고자 글을 시작합니다. 

먼저 왜 중고차인지 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한 번도 신차를 구입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차를 구입할 때 부담해야할 취득세와 등록세 그리고 차량 가격에 비례하는 자동차 보험료와 자동차세, 그리고 지역마다 강제로 할당되는 공채 매입비용 때문입니다.

단순히 액수의 문제를 떠나, 이러한 법제도는 대단히 불합리해서, 한국을 제외하고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흔히 말하는 선진국들은 차량을 처음 구입할때 차량가격에 비례해서 부가 비용을 지불하거나, 영국처럼 자동차 엔진의 출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한 세금을 매기는 정도이지,한국처럼 몇 억에서 몇 십억씩 값이 매겨지는 주택에 부과하는 재산세보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년간 세금이 더 많은 나라는 없습니다. 예컨대 2리터 이상의 엔진을 부착한 자동차에 부과되는 연간 세금은 1cc당 200원이고, 그나마 10년이 넘어야 세금을 50% 감경해줄뿐입니다. 

한 예로,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4.4의 경우, 신차일 때 200원 X 4,400cc = 880,000원, 10년 넘은 현재 시점에서 ​200원 X 4,400cc X 0.5 = 440,000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고, 여기에 지방교육세 30%가 추가됩니다. 그러니까 신차일 때 100만원이 넘고, 10년 지난 후에도 50만원이 넘는 세금을 매년 내야 합니다.

재산세를 예로 들면, 공시가격 5억원의 아파트를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재산세는 57만원이고, 여기에 지방교육세와 도시계획세를 포함해서, 총액 110만4천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여기서 한가지 함정은 공시가격 5억원대 아파트면 실제 거래 가격은 10억원 안팎에 이르는 아파트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부과되는 세액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자동차를 소유주가 매입할 경우, 매입가격에 비례해서 (그렇지만 부동산에 비해서는 턱없이 큰) 세금과 비용을 지출하지만,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여 자동차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한계는 "자동차 보험가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쉽게 말해서, 제가 신차를 구입한 직후 1년 이내에 폐차판정을 받을 정도의 사고가 나야만, 제값을 보상받을 수 있을뿐, 그 후로는 실제 자동차 가치보다 못한 보상만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령이 오래될 수록, 얼마나 돈을 들여서 정비를 하고 관리를 했는지와 무관하게, 보험가액은 아주 헐값으로 책정합니다.

즉, 차를 구입할 때, 매년 세금을 부과할 때, 매년 자동차보험료를 지불할 때, 피해를 보상받아야할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폐차할 때, 각각에 대해 한국의 법과 제도는 차량 가치를 제멋대로 결정하고, 소비자에게는 무조건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OECD 선진국 중에서 매우 특이할 정도로, 일반 국민을 불리하게 만드는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간접세 비중입니다. 안그래도 해가 갈수록 소득분배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양극화가 심한 나라로 손꼽히는 마당에, 자동차 구입과 보유, 그리고 연료(휘발유, 경유, LPG)에 부과되는 간접세 비중이 50%를 넘습니다. 즉 1리터의 연료를 주유할 때마다 지불하는 비용의 50% 이상이 그냥 세금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차를 산다고 해서 고장이나 정비 문제가 덜 하지 않고,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또 정부도, 소비자 보호는 팽개치고, 업체의 이익만 추구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가 내린 결론은, 연료비야 신차든 중고차든 소비하는 만큼, 즉 운행하는 만큼 써야하는 돈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밖에 자동차와 관련해서 지불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신차보다 중고차, 그것도 "쓸만한 중고차"를 사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중고차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는 어떻게할까요?

저도 9대의 중고차를 구입했지만, 모두 100%기대했던 것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때론 성능상의 문제로, 때론 사소한 결함으로, 또 마지막 구입한 차량은 운행이 불가해서 견인하여 사자카로 돌아갔던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2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신차를 사도 이런 문제는 다 겪습니다."

다른 하나는, "차를 문제 삼기 이전에, 소유자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2000년 이후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하고 판매했던 "신차"를 구입했던 분들이 겪어야 했던 큰 사건들 몇가지 나열하겠습니다.

- 커먼레일 디젤 엔진 문제

- 연료 계통과 고압펌프 문제

- 자동변속기 유성기어 문제

- 변속기 LSD 문제

- DMF 불량

- GDI 엔진 문제 

- 피스톤 스커핑 문제

- 스트럿 타워 부식 (쇼바 마운트 부식) 문제

- 자동차 차체 및 현가장치 전반에 걸친 부식 문제

위 문제들 중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습니다만, 2000년 이래로 현재까지 진행중인, 즉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2000년에 국산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장착한 신차들이 출시되었을 때, 언론도 소비자들도 모두 반겼습니다. 꿈의 디젤 엔진. 고출력 저공해 저소음 저진동... 

그렇지만 곧 황함량이 많은 연료로 인해 인젝터와 배출가스 관련 문제들이 속출했고, 잘못된 설계로 인해 고압펌프가 터져서 급발진과 엔진 손상이나 화재가 속출했습니다. 같은 시기 모 회사에서 출시했던 중형과 준중형 승용차들은 스트럿 타워가 부식되어 주행중에 차량이 주저않았고, 제조업체를 막론하고 차체 전반에서 부식이 발생했고, 최신 기술이라고 내놓은 엔진들은 피스톤 스커핑이나, 엔진 내 카본과 Sut 등으로 인해 엔진 내벽이 손상되어, 최소 short engine을 교체하거나, 엔진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그나마 손상된 차를 입고해도 곧바로 교체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을 진단하고, 엔진오일 주유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엔진오일 주유구를 봉인하고, 2,000km 이상을 주행한 후 엔진오일 감소량을 체크하고나서야 교체 접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 회사들이 해외에선 소송이 무서워서 소비자들이나 해당국 정부앞에 납작 엎드리는데 말입니다.

따라서, "신차를 샀으니 고장도 결함도 없을 테니, 중고차와 달라!"라고 외치는 것은 그냥 정신승리일뿐입니다. 신차도 사는 순간부터 중고차이고, 자동차는 끈임없이 유지보수를 해야하는 거대한 소모품 덩어리일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내차는 한번도 문제없이 잘 달린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차들을 살펴보면, 여기저기 정비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차는 문제 없었어! 신차때부터 지금까지"라고 하는 분들 중 대부분은 기계에 대해 둔감하거나,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아주 소수에 해당하는 분들은 소유한 차량을 유지보수하는 데 아낌없이 비용과 시간을 쓰는 분들이었고, 이런 경우에나 차령에 상관없이 정말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열심히 수리를 했던 경우).

그러니, 결국 고장이 무서워서 중고차를 기피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차량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탓이고, 이는 한국의 운전면허제도에서 기인합니다. 독일의 경우 면허시험과 운전시험을 보기전에, 시험관 앞에서 차량 엔진 후드를 열고, 엔진룸에 보이는 모든 장치에 대해 하나하나 동작과 기능을 설명해야 하고, 운전석에 앉아서 모든 스위치 조작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밖에 시내 도로, 시외 도로, 고속 도로에서 실제 운전을 해야하고, 전체 운전 시간 중에서 70%는 주간에, 30%는 야간에 실주행을 합니다. 또 마지막으로 각종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응급처치 강습과 시험을 통과해야 면허를 줍니다. 대략 6개월에서 1년 혹은 그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독일 운전면허 시험제도입니다 (시험 문제 자체는 문제은행 방식이라 이론 시험의 난이도는 높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의 운전면허 시험제도는 "차를 운행할 수 있는가? 주차할 수 있는가"에 촛점을 두고 있을뿐, 기계장치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를 구입할때, 중고차를 놓고 기계적으로 정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또한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껏해야 민원을 접수해서 영업정지시키는 정도일뿐,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몇가지 보호 장치가 있지만, 이는 소비자 개인이 혼자 처리하기는 어렵고, 중고차 매매상이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통해야 처리가 훨씬 용이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들은 달리 말하면, "자동차에 대한 지식을 갖고, 신뢰할 만한 매매상을 만나면 만사 OK"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자카를 통해 자동차 거래를 시작했고, 차를 구입할 때마다 정비와 유지보수를 하면서, 아주 재미있고 만족스런 자동차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견과 동반하는 제 일과 삶에 딱 맞는 자동차를 구하던 차에, 마지막으로 구입한 차를 넉달에 걸쳐 세팅을 완료하고, 이제는 더이상 차를 교체할 일이 없어, 그간의 경험을 여기에 하나씩 정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