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되지 않은 시절....

집사람이 애들과 나를  모아놓고 심각한 주문을 하며

간단하게 생각해서 자기가 부르는대로 써보라고 하였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것중 제일 소중하다고 느끼는 열다섯가지를 써보라고....

나는 싫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웃으면서 주섬주섬 펜을 들고 하나둘씩 써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깊은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내가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었일까?

시간이 지나며 나도 하나 둘씩 써보다 보니 다섯가지가 넘기가 어려웠고

그때부터는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열하는 수준으로 열가지를 채웠다...

애들과 내가 다 쓰고난뒤 집사람은 그중에서 제일 필요없다고 느끼는 세가지를 버려보라고했고...

또 세가지... 또 세가지....

나중 남는것이 무었인지를 보려는 눈치였다....

과연 나는 무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가 최종적으로 남겨야 할것은 무었인가...

옆에 집사람이 지켜보고 있어서 나의 깊은 의중이 드러나 혹시하는 후환이 두려워

나의 의중이 색이 바랬는지 모르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할수있는

기회였던것 같다...

과연 나의 가장 소중한것을 순위를 가른다면....

....

그러던중 어느 일간신문에 요즘 아버지 어깨를 펴게합시다라는 글을 읽고

또한번 많은 생각을 하였다...

최근에 동창모임에 다녀온 주부들의 웃기는 이야기라 하지만

나이먹은 여자한테 꼭 필요한 네가지가 뭔가를  꼽으라 한다면면

첫째가 건강, 둘째가 돈, 셋째가 친구, 넷째가 딸이라한다나......

그럼 가장 필요없는 한가지를 꼽으라하면 그것은 바로 남편이라니.....

또 요즘 안쓰는 물건을 내다 놓으라고 하면 늙은 남편을 내놓는다는

웃지못하야 할 이야기가 요즘 중년을 넘기는 남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나를 생각해 보았다.

한자에서 부자는 도끼를 들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도 하고

또는 손모양에 회초리 모양을 들고있는 형상이라고 이어령 교수는 풀이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끼든 회초리든 한자에 나타난 아버지는  법질서나 공공의 규율을

지켜가는 엄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요즘 관점에서 보면 아버지는 권위와 지위의 하락은

단순히 가부장제도의 붕괴라고 쉽게 생각할수만은 없는것 같다.

내가 오랜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은 집사람이 원하는 가족의 생활을

충실하며 직장생활을 동시에 충실하기는 너무도 어려운것 같다.

특히 텔리비젼에서 화기 애애한 가족사를 그리는 드라마에 집사람이

우리집을 꿰어 맞춘다면 그것에 따라갈 우리사회에 남편들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닐것이다.

아버지에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시기에는 사회생활에 승패가 갈리는 시기라 한다.

많은 아버지가 좌절감을 경험하고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비로서 가족을 돌아보고

자기의 기준에서 말을 하다보니 애들한테는 잔소리로 들리게 되고

와이프한테는 괜히 모르면서 참견하는것으로 느껴찐다고 한다.

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우리와 같은 시기를 다 지났다.

일밖에 모르고 모든 젊음을 회사에 바쳐서 집은 그냥 집사람 한테 맞기던

그런시기에서 어느순간 벗어나 회사에서 스스로 가정중심적인

생활을 할수있는 변화를 가졌다고 한다.

요즘 세상은 살기가 너도 나도 힘겹다고들 한다.

그 힘겨운 생활속에서 직장이든 집이든 어느한쪽에 치우침 없이

상호 만족스러운 생활을 꿈꾸고 그에 맞는 가족의 행복을 갖기 위해선

건강과 사용하기에 쪼들림없는 비용의 공급이 따라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바쁜 도로위를 정신없이 달려가는 수많은 자동차를 보며

그 핸들을 잡고 자기가 속해있는 그 어떤 테두리를 달려가는 우리네 아빠들을 보면서

과연 그 나름대로의 모든 행복은 무었일까를 생각해 본다..

예전말에 "행복"이라는 것은

뒤주안 쌀이  떨어지는것을 알면 귀신같이 알고 문틈을 타고 빠져나간다고....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위해 일터에서 열심히 땀흘리는

모든 젊은, 중년, 노년의 아빠들에게 "화이팅"을 외치면서

하루를 열어볼까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면서....